[한인 CEO 열전-2] '마음경영'으로 소비자·딜러·직원 꽉 잡아
‘냉장고 업계의 도요타.’ 식당 장비 수리에서 시작해 연 매출 1억 달러 규모의 기업으로 고속 성장한 ‘터보에어’를 놓고 미국 상업용 냉장고 시장에서 부르는 말이다. 이 회사의 브라이언 김 대표는 지난 7월1일 한국 대우 일렉트로닉스의 영업용 냉장고 사업부문 인수해 화제를 모았다. 광주시 투자유치단과 투자 MOU를 맺은 지 불과 4개월 만에 속전속결로 이뤄진 것이다. 대기업의 설비를 이용해 냉장고를 생산해왔던 미국의 중소기업이 오히려 그 대기업을 인수하게 된 상황이었다. 김 대표는 “셋방살이 하던 사람이 그 집 주인이 됐을 때의 기분”이라고 인수 소감을 말했다. 카슨에 위치한 터보에어 본사에서 만난 브라이언 김 대표로 부터 그의 경영마인드를 들어봤다. 창업 10년만에 업계 2위, 대우 영업 냉장고도 인수 ◇ 공격경영 인수가격 1400만 달러 연내 광주에 공장 설립을 위해 1300만 달러의 추가 투자가 예정된 초대형 프로젝트. 모두가 잔뜩 움츠러들어 있는 불황임에도 그는 과감히 공격적 투자를 선택했다. "엄청난 호황일 때도 망하는 기업은 있기 마련이고 아무리 불황이라 해도 시장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죠. 지금 터보에어의 규모와 재정 상태는 그 정도 인수로 부담을 느낄만한 수준은 뛰어 넘었습니다. 역동적인 조직과 강한 생명력을 유지해왔다면 이럴 때에도 과감히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게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김 대표는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CEO다. 일상생활에서는 한없이 '연성'이지만 경영자로서는 스스로도 '공격적' '도전적'이라고 평가한다.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보수적인 상업용 냉장고 시장에서 터보에어를 창업 10여년 만에 시장점유율 30% 판매실적 2위로 키울 수 있었던 것도 그의 공격경영 덕분이었다. "중부지역에선 아시아계 기업에 대한 묘한 반감으로 고전하기도 했고 한인 기업이 만드는 제품이라 '약하다'라는 모함에 억울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것들을 극복하기 위해 기술력을 더욱 높이고 소비자 심리를 파악해 타사 제품과 차별화 시키기 위한 노력을 엄청나게 해 왔습니다. 그 결과 오늘날까지 빠른 성장을 해 올 수 있었죠. 요즘엔 터보에어더러 '냉장고계의 도요타'라고들 하더라고요." 현장 수리경험 접목시켜 사용자 만족도 크게 높여 ◇ 분석경영 김 대표식 경영의 또 다른 핵심 중 하나는 '분석'이다. 남들보다 한 발 앞서나가는 예측과 대비 끊임없는 자체 평가는 지금껏 터보에어가 큰 부침없이 성장을 거듭해 나갈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이다. 지금의 경제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었던 이유도 마찬가지다. "3년 전 부터 경기불황이 올 것이라 예측했습니다. 그 때부터 직원들과 함께 이 시기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 왔었죠." 그는 먼저 브랜드의 가치보다 제품 자체의 품질과 가격에 더 초점을 맞추는 불황기 구매 패턴에 주목했다. 옵션이나 원자재면에서 소비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일부 제품은 워런티를 높여 소비자 만족도를 높였다. 다른 한편으로는 미수금 계좌(A/R)관리를 철저히 하기 시작했다. 경기가 좋았을 때부터 외상을 축소하고 지불 기한을 엄격히 지키도록 한 결과 불황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 매주 본사 직원들과 갖는 분석 회의나 3개월에 한번씩 전 지사 매니저급들이 함께 모여 갖는 평가회의는 터보에어의 또 다른 힘. "저 혼자서만이 아니라 직원들과 함께 '우리가 목적하고 있는 곳으로 잘 가고 있는지' 수시로 돌아보는 거죠. 아이디어나 전략 평가를 위해서도 중요한 시간이지만 그 동안의 성과를 보여주며 직원들에게 책임감과 보람을 느끼게 하는 데도 꼭 필요한 부분입니다." ◇ 인간경영 브라이언 김 대표는 "경영의 성패는 '사람의 마음을 얻느냐 얻지 못하느냐'에 달렸다"고 확신한다. 그는 소비자의 마음 딜러의 마음 직원의 마음을 얻는 것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 왔다. 김 대표는 식당 장비 수리에서부터 시작해 현장에서 부딪히며 습득해온 상업용 냉장고 사용자들의 마음을 터보에어 제품에 그대로 담았다고 한다. "쉽게 '만들 수 있는 제품'이 아니라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식당에서 일하시는 여자분들도 힘들이지 않고 여닫을 수 있는 바쁘게 왔다갔다 하다 모서리에 부딪혀도 다치지 않을 재질과 디자인 개발에 힘썼습니다. 손잡이의 감촉 내부 램프와 온도 조절기 사용의 편리함 등도 세세히 신경썼죠." 이렇다 보니 터보에어 제품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는게 그의 믿음이다. 단기적 회사의 이익보다는 딜러나 직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 경영을 잘 하기 위해선 '분배'를 잘 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그들을 대했다. "딜러들이 항상 적정 마진을 남길 수 있도록 구조화했습니다.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터보에어와 관계를 맺도록 만든거죠. 직원들에게도 회사의 이익을 나눠 갖는다는 느낌이 들게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번에도 40%씩 여름 보너스를 지급했어요. 자연히 근속률도 높고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남다를 수 밖에 없죠." 그는 끊임없는 긍정적 사고와 더 큰 포부를 통해 자기 자신 또한 '경영'하고 있다. "언제나 마음의 반은 현실에 또 다른 반은 미래에 두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더 좋은 방향' '더 좋은 미래'를 향해 갈 수 있도록 노력의 고삐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저의 신념입니다." 85년 도미해 자수성가 ■ 브라이언 김 대표는 1979년 청계천에서 재래식 냉장고룰 수리하며 냉장고 업계에 첫발을 딛었다. 82년 미국식 상업용 냉장고 개발 제조업에 뛰어 들었지만 실패한 후 85년 연고 하나 없이 도미해 새로운 시작을 감행, 냉장고 수리 및 설치 서비스업을 시작했다. 92년 LA한인타운에 ‘삼성식당장비’를 개업해 경영하다 97년 ‘터보에어’를 창업, 매년 30~35%의 고속성장을 기록하며 미국 상업용 냉장고 시장의 강자로 우뚝 서게 됐다. 연매출 1억달러 기업 3개 지사 직원 600명 ■터보에어는 식당, 패스트푸드체인, 편의점, 대형마트 등에서 사용하는 각종 상업용 냉장고를 제조하는 기업으로 칼슨시 본사를 포함 전국 13개 지사에 600여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연매출 1억 달러, 전체 시장 점유율 30% 가량으로 업계 2위의 판매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피자헛, 타코벨, KFC, 스타벅스 등 주요 요식업 체인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으며 상업용 냉장고 외에도 상업용 캐비넷, 에어컨, 칼 제조업체 등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경민 기자